영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책 한 권을 끝까지 읽힌 다음 말하기를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짧은 그림책에서 한 장면을 골라 소리를 듣고, 그림으로 뜻을 짚고, 아는 말을 따라 해보세요. 아직 글자를 혼자 읽지 못하면 부모가 읽어 주거나 책의 음원을 함께 듣는 데서 시작합니다.

한 장면에서 읽기와 말하기를 함께 한다고 모든 문장을 소리 내어 읽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읽을 수 있는 낱말, 들으면 아는 표현, 아직 낯선 문장을 나눠 보면 지금 연습할 내용이 분명해집니다.

그림을 보며 아는 낱말부터 말하기

예를 들어 그림에 고양이가 나오고 ‘The cat is sleeping.’이라는 문장이 있다고 해봅시다. 먼저 문장을 듣고 그림 속 고양이를 찾아봅니다. ‘cat’을 이미 읽는 아이라면 그 낱말을 찾아 읽고, 문장 전체가 낯설면 부모가 다시 읽어 줍니다.

처음부터 ‘이 문장을 해석해 봐’라고 묻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가 자는 동작을 하거나 그림을 가리키면 그 반응을 보고 이야기를 이어 가세요. 그다음 ‘sleeping’을 같이 말하거나 문장을 한 번 따라 읽는 식으로 연습할 수 있습니다.

영국문화원의 가정 영어 안내는 아이가 곧바로 영어로 말하지 않아도 기다려 주고, 그림책의 그림과 간단한 질문을 함께 쓰도록 안내합니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같은 질문을 여러 번 쏟아내지 말고, 필요하면 부모가 먼저 답을 들려주세요.

따라 읽은 뒤에는 조금만 바꿔 말하기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면 그림을 바꿔 연습해 보세요. 자는 고양이 옆에 뛰는 고양이를 그려 두고 ‘sleeping’과 ‘running’ 가운데 맞는 말을 골라 보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단어 하나로 답하면 부모가 ‘The cat is running.’처럼 문장으로 다시 들려줍니다.

아직 낱말을 고르는 것도 어렵다면 동작을 보고 맞는 그림을 찾는 데서 마쳐도 됩니다. 다음에 같은 책을 펼쳤을 때 다시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림, 발음, 뜻, 문장 쓰기를 모두 한 번에 끝내려 하지 않습니다.

읽을 때는 책을 보고 잘 말했지만 책을 덮으면 아무 말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외우지 못했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키기보다 그림만 보여 주세요. 문장을 그대로 외웠는지 시험하는 대신, 장면을 보며 아는 표현을 떠올려 보게 합니다.

부모가 발음에 자신이 없을 때

책에 공식 음원이 있다면 한 문장씩 함께 듣고 따라 읽는 데 쓰세요. 재생 속도를 바꿀 수 있다면 아이가 낱말을 구분해 들을 수 있는 속도로 맞춥니다. 자료에 없는 발음을 부모가 추측해서 반복하기보다 사전 음성이나 책의 음원을 다시 듣습니다.

음원을 듣는 시간에도 화면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종이 그림책을 펼쳐 놓고 소리만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그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말하면 부모는 알고 있는 표현을 짧게 덧붙여 주세요.

책을 고를 때는 그림만 보아도 대략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있는지, 아이가 이미 아는 말이 있는지부터 봅니다. 한 장면마다 모든 낱말을 설명해야 한다면 문장이 더 짧은 책으로 바꿔 시작하세요. 오늘 연습한 ‘sleeping’을 다음 장면에서 아이가 먼저 찾아냈다면, 그 말을 함께 읽으며 끝내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