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시간이 됐는데 아이가 계속 다른 일을 한다면 ‘왜 또 안 해?’라고 묻기 전에 무엇을 미루고 있는지 봅니다. 책을 꺼내기 전부터 움직이지 않는지, 첫 문제를 본 뒤 딴짓을 하는지에 따라 함께 할 일이 달라집니다.

아이에게 이유를 물을 때도 ‘공부가 그렇게 싫어?’보다 ‘책 꺼내기가 귀찮아, 아니면 이 문제가 어려워?’처럼 지금 행동에 붙여 물어보세요. 바로 답하지 못하면 첫 문제를 함께 읽으며 어디에서 멈추는지 볼 수 있습니다.

놀이를 끝내지 못하고 있을 때

만들던 블록이나 그리던 그림이 있다면 어느 부분에서 멈출지 공부 전에 이야기합니다. ‘지금 하던 지붕까지 만들고 사진 찍은 뒤 책을 펴자’처럼 끝낼 장면을 정할 수 있습니다. 끝없이 한 조각씩 더 붙이고 있다면 미리 정한 약속을 다시 말합니다.

영상이나 게임을 하다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면 종료할 방법도 정하세요. 다음 영상이 자동으로 나오는지, 지금 게임을 저장할 수 있는지 모른 채 ‘조금만 더’를 허용하면 서로 생각한 끝이 달라집니다. 아이가 멈출 수 있는 시점을 부모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미 시작 시간이 한참 지났다면 지난 시간을 따지는 대화를 길게 하지 말고 오늘 끝낼 일을 다시 봅니다. 수학 숙제인지 준비물 챙기기인지, 가장 먼저 할 행동을 하나 말해 주세요. 늦어진 만큼 새로운 과제를 벌로 더하지 않습니다.

책은 폈지만 첫 문제에서 멈췄을 때

책상에 앉아 연필만 만지고 있다면 첫 문제의 지시문을 같이 읽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이가 말할 수 있는지 들어 보세요. 글의 뜻을 모르는데 ‘집중해’라는 말만 반복해서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독서 기록의 빈칸 앞에서 멈췄다면 먼저 기억나는 장면 하나를 말해보게 합니다. 아이가 말한 내용 중 적고 싶은 것을 고르고 첫 문장을 시작하면, 다음 문장은 다시 맡깁니다. 빈칸 전체를 부모가 만든 문장으로 채우지 않습니다.

EEF의 자기조절학습 안내서는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가르치고 필요한 도움을 주도록 안내합니다. 독서 기록이라면 부모가 책을 고른 뒤 기억나는 장면을 말하고, 그중 쓸 내용을 정하는 순서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시작 약속이 계속 어긋날 때

매번 약속보다 늦어지면 며칠 동안 실제 귀가 시간과 공부를 시작한 시간을 적어 보세요. 이동이 늦거나 식사를 마치기 전에 공부 시간이 잡혀 있다면 약속 자체를 옮깁니다.

일정에는 문제가 없는데 시작만 어렵다면 처음 할 일을 더 작고 구체적으로 정합니다. ‘국어 숙제 끝내기’ 대신 ‘책을 펴고 첫 문단을 함께 읽기’에서 시작해 보세요. 이후 혼자 할 부분과 오늘 끝낼 부분은 책을 보며 함께 정합니다.

부모가 옆에 있어야만 시작하는 날에는 언제까지 함께 있을지도 미리 말합니다. 첫 문제를 읽은 뒤 자리를 옮기고, 약속한 부분을 끝내거나 질문이 생겼을 때 다시 부르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려워하는 일까지 갑자기 혼자 맡기지는 않습니다.

약속한 시각에 시작했다면 그 사실을 짧게 짚어 주세요. ‘오늘은 네가 먼저 책을 꺼냈네’라고 말한 뒤 공부를 계속하게 두면 됩니다. 시작을 칭찬하며 ‘앞으로도 매일 이렇게 해야지’라는 새 약속까지 곧바로 붙이지 않습니다.